너의 쉼터(마 12, 28-30)

김창한

예) 하나

(유대교도, 실업자, 간수가 됨, 어떤 특이한 죄수에 대한 관심, 인간적 대우, 그의 일기를 건네받음)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A Journal of Murder"에서 주인공인 사형수는 그에게 잘 해준 간수와의 대화가 나옵니다.

사형수: 그동안 고마웠네, Mr. 레서

간 수: 당신은 심성은 착해, 지성도 있고......

사형수: 사람이란 평생 만난 사람들의 복합체라고 생각해.

내가 평생 알았던 사람들은 자네 빼고, 케이시 소장빼고(레서와 만나기 전 그를

진심으로 대해 준 교도소장을 말함) 전부 쓰레기였어.

그러니까 나도 쓰레기였어

그리고 그는 자기의 사형을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예) 둘

어떤 부부가 34년 전에 자신들의 55살이 되면 무언가 타인을 위해 봉사할 일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살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자식처럼 돌보았습니다.

그들은 처음엔 봉사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자신들을 확인하고 더 배운 것이 많으며 더 사랑받는 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이 두 이야기는 인간이란 어떤 형태로든지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서만 자기를 확인하고 알게 된다는 알게 됩니다. 이것은 순수하게 자신만의 고유한 인격체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요된 것이건 자발적인 것이건, 그것은 타인를 통해서 내가 만들어지고 타인은 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도 저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예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사람들은 다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그들을 쉬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풀어볼 수 있습니다.

¨(1) 첫째, 예수가 초대한 사람은 쉬기를 갈망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입니다.

¨(2) 둘째, 예수 자신은 초대한 사람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임을 알 고 있다는 것입니다.

 (3) 셋째, 그리고 이러한 초대는 사랑에 근거한 것이며, 그로 인한 결과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이 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이것을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1) 첫째,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이것은 예수가 구체적으로 경험한 현실이다.

¨(2) 둘째, 예수는 이 현실을 자신의 현실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현실의 용납은 그로 하여금 새로운 앎(지식)에 이루게 한다.

이러한 앎은 그가 그냥 물상화된 대상으로서 타자가 아닌 바로 그들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이라는 자각에 근거한다.

이러한 자각은 저기 서 있는 그냥 인간들이 아니라 중노동과 배고품과 추위에 떨고 있다는 인식이다.

¨(3) 셋째,  이러한 인식은 다름 아닌 그들을 쉬도록 도와야 한다는 사랑의 행위라 할 수 있다.

이상의 설명에서 우리는 초대하는 자와 초대받는 자가 상관적인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 자들의 초대는 그것이 일방적 초대가 아니라, 타자에 대한 앎이 동반된 초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타인과의 관계에 이루어지는 결말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사랑은 타인을 알아서 내 경험의 영역에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타인을 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며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을 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철학자 쿠라타 하구조는 그것을 "사랑과 인식의 출발"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대학 1학년 때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다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의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사랑은 인식(앎)의 출발이다"나 "인식은 사랑의 출발이다"라고 하지 않고 "사랑과' 인식의 출발"라고 했을까라고 말이죠. 이것은 사랑과 앎은 바로 동시에 일어나며 순환관계에 있는 동의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대상을 알기 위해서는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상을 알지 못하면 사랑할 수도 없고, 대상을 사랑하지 않으면 대상을 알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내 자식이기 이전에 그들을 다른 누구보다 많이 알기 때문에 깊이 사랑하고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많이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을 타자와 분리된 상태에서는 그분을 순전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예수를 바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의 모습에서 발견해야 합니다. 예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을 초대한 것은 바로 자신을 초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초대받은 사람이 부담을 느낀다면 그것은 참된 초대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부잣집에 갔을 때, 괜히 부담같은 것을 느끼지 않습니까? 이 때 우리는 결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나는 그 부자가 나를 주눅들게 하고 기죽이는 타자로 여기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로 자신이 먼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초대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 자신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속에서 나를 발견하며, 그 타인이 바로 나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속된 말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보는 타자는 바로 나의 다른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의 모습속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는 경험한 만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타인을 보는 바로 그것이 나의 진정한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타자를 통한 자기 인식은 자신을 쓰레기로 볼 수도 있고, 타인의 수고를 대신 지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치워 없애야 할 쓰레기라고 말한 사형수는 교수형에 당할 때, 자신이 초대한 사람은 바로 그를 순수하게 "인간"으로 용납하고 받아들인 간수 레서 뿐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You are a good man"

그리고 그는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그 좋은 간수를 만난 그 순간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 간수에게서 자신의 마지막 쉼터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주님 자신의 쉼터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웃들을 위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