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존경하는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종교학은 외로운 학문이라네."  이 말씀을 되뇔 때마다 저 역시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해 왔습니다. 아니, 그래야 된다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론 나의 실존적 욕구를 감추고(camouflage), 종교학을 객관적으로 공부한다고 믿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하면 할 수록  실존적 신앙의 결단의 문제와 씨름해야 하는 절  발견합니다. 종교를 연구한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종교적 경험을 실천하는(perform) 사람에 비해서 특출한 면이 있어서가 아니니까요. 그저 못난 제 자신이 그렇지 못한 것을 남들이 하는 것을 "듣고", "느끼고", "성찰하는" 일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신이 나기도 하답니다. 남들이 밟고 지나가는 오솔길을 저도 따라 가보는 즐거움 말입니다. 때론 두렵기도 합니다. 나의 발길이 그들만의 오솔길을 훼손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것에는 관대해지기 마련입니다. 자신에게 친숙한 것은 이미 "위험"(chaos)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위험한 것 조차도 익숙해지면 무감감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것은 나의 이해의 "영역(boundary)안으로 들어 온 것입니다. 여전히 경계 밖은 우리의 "적"(heresy)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탈"(cult) 입니다. 컬트는 "우리"의 세계(cosmos)의 문 앞에서 맨발로 "용납함"의 "윤허"(indulgence)를 기다려야 됩니다. 

전 그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지기입니다. 결국엔 저의 컬트 친구도  "머나 먼 이웃"이 되고 말지요. 그래서 여전히 외로워집니다. 전 교의론자(dogmatist)도 못되고, 열렬한 신앙의 봉헌자는 더욱 못되고, 아니 과감하게 종교적 이론을 적용하는 환원주의자(reduction-ist)는 더더욱 되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전 종교를 "공부" 한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가, 그들의 상상력이 절 떠나지 못하게 합니다. 전 그래서 종교학을 "들음"의 학문이라고 이름 짓고 싶습니다. "타자의 음성"을 전하는 전령(messenger/ hermes) 말입니다.   

 종교학은 "타자"를 용납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은 아닌지...